저희의 죄를 용서하시고... (루가 11,4) - 안나 할머니를 그리며

박 안나 할머니... 덧니가 귀여웠던 할머니셨다.
그러나 그 덧니가 살짝 드러날 때는
어김없이 야단치는 말씀이 한 말씀 날아들곤 했었다.

어려운 시절을 힘겹게 홀로 살아오신 덕에
자신에게 무척 강한 원칙을 적용하시며 주위를 안타깝게 돌아보시던 분이셨다.

주일 아침마다 어느 누구보다도 이른 시간에
Waban 역 쪽에서 다른 자매님과 함께 걸어오시던 할머니...

누구라도 붙들고 도움을 청하실 수 있는 연세의 할머니임에도
또 어느 누가 감히 안되겠다고 거절할 사람도 딱히 없을 할머니임에도
그 분은 남에게 폐가 될 일을 차갑게 마다하셨다.

보스턴을 떠나시기 전 병원에서 만난 할머니는
오랫동안 내 손을 잡고 얘기를 하셨다.
신부님 같으신 분 일찌기 없었다.
보스턴에 오신 것을 진심으로 항상 감사하게 생각하고 있다.
무슨 소리를 듣더라도 그저 하는 소리들이니 하시고자 하시는 일들을 계속 하라.

주위 사람들에 대한 많은 덕담과
지난 30년의 보스턴 생활을 자랑스럽게 되돌아보시는 얘기 중에
격조있게 당신을 낮추시며
주님의 은총과 보스턴 공동체의 도움들에 대해 고마움을 표현하셨다.

그리고 용서를 또한 비셨다.
당신에게 잘못한 이는 고맙게도 거의 없으나 당신으로 인해 아픔이 있을 사람들이 분명 있을 터이니
당신의 용서를 비는(루가 11,4) 기도를 당부하셨다.

"다시 보스턴으로 돌아올 것이니 신부님 저를 꼭 기다려주세요." 하시며
내 손을 꼬옥~ 잡으시던 안나 할머니...
당신은 약속을 꼭 지킬 것이라고 덧붙이시던 안나 할머니는
끝내 보스턴으로 돌아오시지 못했다.
최소한  '내 손을 잡을 수 있는 그 손으로는...'
    (Oct. 3, 2009 여의도 성모병원 귀천/ 7 마포구 신수동 성당 오전 8시 장례미사/ 흑석동 평화의 쉼터에 묻히심)

그러나 그분은 꼭 약속을 지키실 분임을 알기에
나는 오늘도 기도 중에 기다리고자 한다.

할머니... 저에요... 본당신부에요...
오늘 오실 건가요?